기도

용서

성원순복음교회

홍철기목사

2023년 12월 3일 (주일설교) 성찬주일

오랫만에 홍대에서 책 한권을 사게 되었습니다.

류응렬목사님의 사람마다 향기다. 라는 책입니다. 책 머리에 감동적인 내용이 있어 그대로 옴겨봅니다.

용서에 관한 설교를 준비하면서 아주 오래전 일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국어시간에 책을 가져오지 않아 짝꿍의 책을 책상 중간에 놓고 함께 보았습니다. 그 모습을 선생님이 보고는 엄한 목소리로 누가 책을 가져오지 않았느냐 물었습니다. 친구와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공부를 곧잘 하던 편이라 선생님은 두번도 묻지 않고 들고 있던 매로 공부 못하던 친구의 머리를 한 대 때렸습니다. 친구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오래도록 비겁하게 침묵했던 그 수간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세월이 지나 중학교 3학년이 되었습니다. 공부에 흥미가 없고 힘겨운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던 친구는 하루이틀 학교를 빠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오랫동안 결석을 했습니다. 학교에서 퇴학조치를 하려 했을 때 선생님께 기회를 달라고 간곡히 부탁드려서 함께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친구의 아버지가 허름한 집 부엌에서 홀로 식사를 하다가 당황한 모습으로 나오셨습니다. 그러고는 연신 미안해하며 머리를 숙이셨습니다. 그 모습이 오랫동안 제 가슴에 남아있었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간 후로 친구를 볼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게 바람 따라 흐른 세월이 40년입니다.

수소문을 해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태평양 너머에서 들려오는 친구의 목소리는 투박한 사투리에 그 옛날 듣던 음성 그대로였습니다.

친구야 내 목소리 기억하겠니?

그 긴 세월을 뚫고 친구는 단번에 제 이름을 불렀습니다. 반가운 인사도 잠깐, 저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운을 뗐습니다. 그리고 그 옛날 중학교 1학년 시절 국어 시간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친구야 참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친구가 속히 다른 이야기를 꺼내 더는 말을 못 이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오랜 세월 곁에서 함께 지내 온 사람처럼 밝게 들렸습니다.

사는 날 동안 마음에 불편하게 남아있는 사람이 한명도 없으면 좋겠습니다 주님이 창조하신 이 아름다운 세상, 가을 들녘 연기처럼 살다가 주님 앞에 서야 할 날이 곧 다가오겠지요.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그렇게 살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학교에서 가르칠 때나 목회하면서 한 분 한 분을 더 소중히 여기지 못하고 제대로 섬기지 못해 늘 죄송한 마음입니다. 사람을 사랑하고 섬기기 위해 존재하는 목사가 조금이라도 누군가의 마음을 힘들게 할 일이 있다면 너그러이 용서를 구합니다.

전화를 끊으면서 친구는 말했습니다.

친구야 다음에 술 한잔하자 참 너 술 안하지 내 잘대접할 테니 꼭 한번 보자 고맙다 친구야

크리스마스의 계절 교회에서 불어온 향기로운 마음까지 풍요로워지는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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